야구를 보면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날들

A teenage boy holding a baseball bat looks towards the field at sunset, ready to play.

어쩌다 보니, 야구가 내 하루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별생각 없던 날이었어요. 그날따라 퇴근길 지하철이 너무 붐볐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좀 지쳐 보였고, 그냥 습관처럼 폰으로 중계를 켰을 뿐이었는데… 이상하게 화면 속 작은 장면 하나가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7회 초. 점수 차 두 점. 뭔가 잘 안 풀리던 투수가 모자를 벗고 잠깐 숨 고르는 모습. 그 얼굴이, 참… 뭐랄까, 살아가는 사람들 얼굴이랑 똑같아 보였어요. 아 이 사람도 얼마나 복잡한 생각 속에서 던지는 걸까. 뭔가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또 실패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 그런 게 다 보이는 표정이었어요.

그 뒤로였어요. 나는 단순히 ‘프로야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있었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경기가 끝나면 마음이 조용해지지가 않아서. 이 감정을 한 번이라도 꺼내놓지 않으면 다음 날까지 끌고 갈 것 같아서요.

경기 내용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날들

사람들은 가끔 그래요. “야구 뭐가 재미있어? 공 하나 던지고 치고 끝인데.”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말 같기도 하고… 사실 나도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긴 어려워요.

그냥 어떤 날은 그래요. 1회 초부터 집중해서 본 것도 아닌데, 8회 말쯤 되면 가슴이 괜히 조여오는 날. 오늘 하루는 별일 없었지만… 이상하게 야구만큼은 꼭 잘 되고 싶어지는 그런 밤.

이건 단순한 ‘스포츠 경기’ 감상이 아니고, 마치 내 한 부분이 달려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 이건 진짜 팬들만 알 거예요. 말 안 해도 그 마음이 뭔지 다 아니까.

숫자보다 더 진한 순간들

요즘 세상은 기록으로 모든 걸 말하려 하고, 데이터가 없으면 이야기의 무게가 떨어지는 시대 같지만… 야구는 참 묘하게도 숫자로 설명이 안 되는 순간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요. 공이 글러브와 부딪히는 그 소리. 2루 슬라이딩하면서 모래가 훅 날리는 장면. 카메라가 잡은 관중석 어떤 아저씨의 울컥한 표정. 이런 것들이 다 마음에 남아요.

KBO 기록 페이지 보면 정말 방대한 숫자들이 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 페이지에서 보는 숫자보다 직접 TV에서 보았던, 혹은 구장에서 느꼈던 순간이 훨씬 크게 마음을 흔들 때가 많죠.

야구라는 세계는 너무 느리면서도, 너무 빠르다

공 하나 던지는 데 몇 초 안 걸리죠. 근데 그 몇 초를 기다리는 마음은 또 왜 이렇게 긴지. 어떤 날은 9회 말 한 타석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고, 어떤 날은 3시간 경기가 10분처럼 지나가요.

이 느리고 빠른 감정의 중간 지점에서 우리가 팬이라는 걸 실감하는 것 같아요. 계속 보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낯선 리듬 때문이고요.

지나고 보니 그 경기가 내 삶의 장면이 되어 있었다

가끔 떠오릅니다. 어느 비 오는 날, 갑자기 멈춘 경기. 빗방울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선수들.

그 장면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인생 어느 페이지에 슬쩍 끼어들어 자리를 잡아요. 야구라는 게 참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 마음속에서는 계속 자국을 남기는 이상한 스포츠예요.

팬으로 산다는 건 결국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것

야구가 우리한테 가르쳐주는 게 있다면 아마 ‘기다림’의 미학이 아닐까요. 다음 공을 기다리고, 다음 경기, 다음 시즌, 심지어 다음 세대의 새로운 스타가 나오길 기다리고.

그 기다림이 지루할 때도 있지만 묘하게 중독적입니다. 어떤 날은 기다리는 그 과정 자체가 야구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그 기다림은 결국 서로를 연결한다

야구는 팬과 팬을 연결시키는 힘이 있어요. 똑같은 장면을 보고 똑같이 웃고, 똑같이 분노하고, 똑같이 아파하는 시간. 그 시간 덕분에 처음 보는 사람도 같은 유니폼만 입으면 친구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 같은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도, 사실 아주 단순해요. “야구 얘기를 조금 더 오래 하고 싶어서.” 그거 하나면 충분하잖아요?

우리끼리 건네는 작은 이야기들

언젠가 이곳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쌓이겠죠. 누군가는 구장에서 먹은 핫도그 얘기를 쓰고, 누군가는 잊지 못할 그 시즌의 ‘미친 경기’ 이야기를 쓰고.

어떤 날은 이렇게 짧고 단순한 글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잘 버텼다.” 그 한 줄에 어떤 사람들은 세상 가장 큰 위로를 받을지도 몰라요.

조금 흔들리더라도, 진짜 목소리로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은 매끄럽지 않을지도 몰라요. 문장이 길게 흔들릴 수도 있고, 중간에 감정이 앞서서 전혀 엉뚱한 얘기로 튈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게 더 ‘팬의 기록’ 같잖아요. 정답이 있는 글이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

한국 야구라는 거대한 풍경 속 작은 한 사람으로서

가끔 생각해요. 내가 응원하는 팀이 나를 모를 텐데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을 주고 있을까. 그게 참 이상한 관계죠. 이름도 모르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서로의 하루에 영향을 줘버리는 관계.

하지만 그런 관계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어떤 날은 버텼고, 어떤 날은 웃었고, 어떤 날은 울컥하기도 했으니까.

이 블로그는 그런 사람들의 작은 고백들이 천천히 모여서 하나의 풍경이 되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더 많은 목소리가 이곳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내가 먼저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에 많은 사람들의 글이 쌓이길 바라요. 한 명 한 명의 기억이 한국 야구의 또 다른 기록이 되니까요.

재미있는 글도 좋고, 슬픈 글도 좋고, 그냥 오늘 감정 정리하는 글이어도 괜찮아요. 야구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서사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으니까.

그 서사를 여기 남겨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지금 어떤 팀을 응원하든, 어떤 선수를 좋아하든, 어떤 순간을 가장 마음 깊이 담아두고 있든 그건 전부 소중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그 기록이 언젠가 당신 삶의 어느 페이지를 지탱해주는 문장이 되기를 조심스레 바랄 뿐입니다.

야구는 늘 완벽하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마음을 계속 붙잡습니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이 세계에 머무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오늘도, 천천히 불을 끄고,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내일 또 이런 글을 쓸 준비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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