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하나에 마음이 휘청이는 날들에 대한 기록

Close-up of a classic leather baseball glove holding a Little League ball, showcasing sports equipment details.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 너무 오래 남는다

어쩌면 별 의미 없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경기 중간, 누군가가 주워 올린 파울볼을 장갑 위에 올려놓고 잠깐 먼 곳을 바라보던 그 표정. 오히려 그 짧은 순간이 며칠이나 마음을 붙잡고 늘어지더라고요.

이상하죠. 중요한 건 스코어였을 텐데, 그날 이후로 점수는 흐릿하고 그 사람의 숨 고르기만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기록보다 그 순간의 공기, 말하지 못한 표정들, 의도치 않은 침묵 같은 게 더 마음에 남습니다. 누구는 이걸 ‘감상’이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그냥… 몰입이라 해야 하나, 마음이 그쪽으로 잠깐 옮겨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사람들 사이 말을 잇다가도, 문득 그날 장면이 튀어나오는 날

회사에서 일 얘기를 하다가도, 회식 자리에서 뜬금없이 누가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요.

그날 8회 말, 내야수가 무심하게 던진 송구가 공중에서 묘하게 휘는 모습. 그 공 하나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실려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죠.

그게 참 이상합니다. 내 일이 아닌데,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닌데, 그래도 가끔 이렇게 덜컥 떠오르고 하루가 살짝 흔들려요.

어떤 사람은 이걸 이해 못하겠죠. 뭐가 그렇게 특별하냐고. 그냥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경기일 뿐이라고.

근데 우리는 알아요. 그 말이 얼마나 사실이 아니고, 얼마나 무심하게 지나친 말인지.

그 장면은 내 기억 어딘가에서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장면이 그렇진 않아요. 수백 경기 중에 딱 몇 장면만 유독 깊게 박히죠.

어떤 날은 즐거움. 어떤 날은 아쉬움. 어떤 날은 말로 표현 못 할 묘한 울컥함. 그리고 이상하게… 그런 날이 많아질수록 이 종목을 더 오래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정보는 여기저기서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마음은 어느 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글을 남기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경기보다 감정을 보고 있는 걸지도

선수들이 뛰는 걸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겹겹이 쌓인 마음을 보는 거죠.

예를 들어, 1루에 슬라이딩한 뒤 헬멧을 살짝 만지며 숨 들이쉬는 그 모습. 자신에게 조금 화난 듯한 표정.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고개 끄덕임.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요? 별것 아닌 신호들인데도 팬들은 그 작은 떨림을 그대로 받아 적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듯이요.

직관을 가면 마음이 더 쉽게 무너진다

현장이라는 게 그래요. 화면으로 보면 담기지 않는 것들이 그 자리에서는 너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3루 쪽 스탠드에서 내려다보면 누군가의 실수가 멀리서 보이던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고, 또 누군가의 용기 있는 플레이는 화면을 통해 보는 것보다 훨씬 뜨겁게 다가오죠.

마이크가 잡지 못한 소리들, 사람들의 숨소리, 관중들 사이 흘러가는 미묘한 긴장감. 그런 것들이 뒤섞여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과하게 씁니다.

그때의 마음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잘 가라앉지 않죠.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왜인지 모르게 붉기까지 하고.

그 날의 불편한 감정까지도 기록하고 싶어진다

마음은 늘 긍정적인 건 아니에요. 어떤 날은 짜증이 먼저 튀어나오고, 어떤 날은 선수에게 화를 내다가 금방 미안해지고… 그런 복잡함도 다 포함해서 팬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 블로그 같은 공간에 그런 흔들림이 남아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오히려 더 ‘사람 냄새’가 나죠.

응원한다는 건 한 사람의 시간 안으로 들어가는 일

우리가 좋아하는 그 선수는 사실 우리를 몰라요. 이름도, 사는 곳도,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도.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의 모든 순간을 너무 자세히 지켜보고, 다시 보고, 감정까지 알아채려고 해요.

어쩌면 이건 ‘응원’이라는 행위의 기 weird함일지도 모르죠. 상호적이지 않은 마음이 언젠가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

내가 지친 하루를 살았다는 걸 모르는 누군가가 오늘의 작은 위로가 되니까요.

어떤 날은 그냥, 이 세계 안에 머무르고 싶다

사실 이유도 없어요. 그냥 이 세계 안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는 기간도 좋고, 첫 선발 발표되기 직전의 고요함도 좋고, 비 오는 날 취소된 경기 때문에 허탈해하면서도 괜히 편해지는 그 느낌도 좋아요.

그러다 보면 이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가 조금씩 생깁니다. 기록이 아니라 감정을 두는 곳. 잘 정리된 정보보다는 부서지고 엉킨 생각을 그대로 올려도 되는 곳.

우리는 늘 누군가의 이야기 위에서 다음 이야기를 쓴다

누군가가 남긴 작은 말 한 줄. “오늘 너무 잘했다.” 혹은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속상했다.”

이런 말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내 이야기와 섞이고 다음 이야기를 부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요. 나도 어느 누군가의 감정 위에 새로운 한 줄을 얹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어떤 팀을 응원하든, 어떤 선수를 좋아하든, 그 마음이 가벼워도 무겁게 느껴져도 전부 괜찮아요.

그 마음을 너무 자주 숨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블로그가 아니어도 좋아요. 어느 곳이든 당신의 감정을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기를.

공 하나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끼리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아도 이상하리만큼 서로를 이해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감정을 조금 쏟아내고, 내일은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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